[비전공 개발자 이야기] 개발자는 타고나는 거라던데 정말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? (될 수 있다. IT업계에 온 걸 환영합니다)
인터넷 상에는 좋은 글들이 많아
내 글까지 흘러 들어올 사람은 지극히 적겠지만,
이 글을 열어봤다는 것은 분명 불안한 마음으로
한 줄기 희망을 구글링 중인 사람이 아닐까 싶다.
정말로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?
될 수 있다.
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개발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.
개발을 시작했든 아직 고민만 하고있든
개발이 너무 싫어서 혐오스러운게 아니라면,
조금 더 잘하고 싶은데
스스로가 부족하게만 느껴져서 슬픈거라면,
괜찮다고 말 해주고 싶다.
빠르게 이해하는 사람만이 개발자가 되는게 아니라고. 당신으로도 충분하다고 말 해주고 싶다.
나는 학원을 다니는 6개월 내내
'나같은 사람도 개발자가 될 수 있나?' 생각했고
학원을 수료하고 다닌 첫 직장에서 2년 내내
'내가 이 일을 계속 해도 되는걸까?" 생각했다.
그리고 가끔씩 못난 사람들에게
"개발자는 타고난다. 재능이 있어야 한다."는
"여자들은 뇌 구조부터가 달라 개발이 어렵다"는
의뭉스러운 말을 듣곤 한다.
여전히 가끔은 흔들린다.
하지만, 더이상 가능-불가능의 여부에
너무 많은 물음표를 찍지 않기로 했다.
사람들은 당신이 물음표를 찍은걸 기가막히게 안다. 그 틈새를 파고 들어 쑤셔댈것이고. 그럴 때마다 늘어나는 물음표는 나를 쉽게 지치게 한다. 지치면 오래 갈 수 없다.
이 업계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징그럽게도 '적성'을 따져댄다. 대게 그 적성은 추상적이라 남 까 내리는데 많이 쓰인다.
개발자도 그저 많은 직업중에 하나다.
다른 많은 직업들처럼 중요하고,
다른 많은 직업들처럼 특별하지 않다.
개발에도 분명 분야가 많이 있지만, 우리가 쉽게 뛰어드는 웹 개발에 한해서만큼은 그 '적성' 무새들의 말을 너무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. 웹 개발은 세상에 전혀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니다. 그렇다면 누구나 충분히 교육받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. 그냥 어줍잖게 개발하는 사람들이 꼭 쓸모없는 부심을 부린다.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'개발 좋아하냐'고 묻는 것도 너무 싫었다. 아니 지금 정신 없다고. 좋은지 어떻게 알아요. 꼭 좋아서 시작하란 법 있어? 길 가는 사람들 붙잡고 물어봐 진짜 좋아서 미치겠는 일만 하냐고. 당신이 그렇게 개발이 사랑스러워서 죽을 것같고. 나는 그렇지 않아서 개발을 그만둬야 한다면, 묻겠다. 왜 창업 안하시는지?
하지만, 이런 말들이 내게는 늘 타격감이 컸다.
집에 돌아오면 늘 내가 할 수 있을까?
답 없는 질문 앞에 울기만했던 것 같다.
지금 보니까 할 수 있을까?라는 질문보다는
그냥 하고 있으면 된다.
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, 해내지 못 할 것이다.
그 뿐이다.
이번에 새로 들어온 프로제트에서 만난
30년차 개발자께서 내가 비전공자라는걸 듣곤
그런 말씀을 하셨다.
"이 업계에 잘 왔어요. 잘 선택한거에요.
학원 수료도 모두가 완주하는 것이 아니라지요?
잘 마무리 한 걸 보면 개발이 적성에 제법 잘 맞았나봐요.
벌써 경력도 있고. 그럼 적성에 맞는거죠"
'매운 맛을 덜 봐서 그렇지요'하고 웃었지만
내심 큰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.
나는 개발이 뭔지도 모르고 대충 검은 바탕에 흰 글씨 쓰는거 아니야?란 생각만 안고 국비 수업을 시작했다. 이런 사람이었으니 결코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, 나는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 개발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. 전에는 '못 하지만 않았으면' 싶었지만, 이제는 '잘 하고 싶다'고 생각한다.
좋은 변화다. 내가 개발일이 적성에 안 맞는다는 누군가의 말을 믿고 그만 두었다면 결코 지금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. 그저 위축 되었던 것 뿐이다.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좋아하게 되는 것 처럼, 낯선 분야의 일을 만난 순간부터 좋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. 하지만, 이런 변화가 없더라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. 개발자도 그래봐야 직업 중 하나니 모두가 미쳐있을 필요도 없고, 치열하게 열정을 쏟을 필요도 없는 것같다.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 만큼만, 좋은 만큼만 딱 그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.
어서오세요 IT 업계에.
당신이 개발을 사랑하든 하지않든
새로운 분야로의 이직은 늘 큰 용기가 필요하지요.
제 스스로를 응원하듯
이 글을 함께 해준 당신도 응원하겠습니다.